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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자캐 로그

復活?

by @Zena__aneZ 2024. 9. 5.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인가, 그것을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한 생명은 그대로 썩어 사라짐이 마땅하나, 이따금 그것을 하지 못하는 생명도 있다. 마물의 핵이 사람의 시체에 자리 잡는다면 새로운 마수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것. 마물이되 마물이 아닌 것. 사람의 의지를 놓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그 사람이 살아난다면... 부디 아주 조금의 가능성을 가진 모습으로 살아나길, 그렇게 바랐다.
그러니 이것은 또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살아생전에 그렇게 밝고 상냥했던 사람이 어째서 지금은 얼어붙은 육신으로 고대 마물의 힘을 그대로 쓰고 있단 말인가? 한때는 그것을 죽이려 그리 노력한 자이지 않았나?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새빨간 머리카락은 설원 위에서 일렁이던 찬란한 불꽃과 같았으나 이제는 모든 것을 번잡스럽게 불태우는 의지 없는 불길과 다를 것이 없었다. 비통한 일이었다.
 
설원의 한가운데서조차 녹음 짙푸르게 빛나던 눈은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는 푸르게 얼어붙은 얼음이 반짝거린다. 심장 대신 마물의 핵이 자리 잡은 몸은 더 이상 생기를 머금지 못했다. 그저 얼어붙고, 푸르게 물들 뿐. 작금에는 온전한 피부의 색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물의 핵이 생명의 움직임에 반짝거린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은 손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가벼운 움직임에 파란 폭풍이 일어난다. 이전의 그러면 절대 쓰지 않았을 마법이 텅 비어있는 설원을 채운다. 읽히지도 않는 눈빛이 흐릿하게 움직인다. 다 얼어붙은 몸에 깃든 힘이란 이토록 울렁거린다. 반쯤 벌어진 입에서는 얼음결정 섞인 눈이 마치 입김처럼 흘러나와 흩어진다. 새빨간 머리카락만이 이질적으로 빛난다. 그 빛깔 하나만이, 그가 생전에 그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확신을 줄 뿐이다.
그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 위에 서있었다. 마치 고대 마물이 그랬던 것처럼. 한번 죽음에 이른 마물은 사람에게 극도로 높은 경계심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실마저도 그 사람과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토벌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던 사람을 대체 그 누가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에 앞서, 그렇게 강한 존재를 누가 쉽게 죽일 수 있나?
죽은 자에게 안식이란 없다. 영혼이 떠난 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저 그의 생전을 알았던 자들의 회한만이 남을 뿐이다. 녹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눈은 이제 죽음의 짙푸름만 남았고, 다정함 가득 머금은 미소는 다시는 볼 수 없다. 온통 죽음의 색으로 물든 육신이 끊임없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마물처럼 번들거린다. 죽음에 이른 자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혹은 그 자신마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부활復活했다. 다시 한 번 살아난 자에게는 애통함만이 있을 뿐이니, 이 설원에는 오로지 절망이 일렁거릴 뿐이다. 절망은 다정한 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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