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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로그 선물

懇願.

by @Zena__aneZ 2024. 10. 12.

왜 생에는 불행이 가득할까. 그것은 지우지 못할 절망과 알 수 없는 질문이 되어 내내 심장 한편을 파고들었다. 가장 큰 행운과 가장 큰 불행은 언제나 겹쳐져 있어, 한쪽에 손을 뻗으면 다른 한쪽도 따라오는 것이 당연지사. 어째서? 의문이 길을 잃고 사라진다. 어린 날의 포르투나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심코 손을 뻗고, 잡고, 슬프게도... 무릎에 까진 상처가 생겼다. 넘어지며 생긴 상처겠거니 했다. 손으로 상처를 벅벅 문지른다. 괜스런 설움에, 혹은 아파서. 입술을 꾹 깨문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뻗는다. 괜찮아? 꾹 눌러쓴 후드 사이로 보인 별빛 같은 머리카락이, 지나치게도 눈길을 사로잡아서... 말을 건넨 이는 포르투나의 손을 잡고 미약한 치유마법과 보호마법을 함께 걸어준다.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이름도 들을 새도 없이 저만치 앞으로 뛰어간다. 길 잃은 다정이 날아들면, 그것에 하염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된 사람은 여전히 다정했다. 머리에 꾹 눌러쓴 후드도, 그 사이로 보이는 별빛 머리카락도, 다정한 미소와 같은 것까지도. 드디어 이름을 알았다. 라일락. 꼭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라일락은 가장 앞에서 싸웠다. 최전방의 기사이자 야전병원의 치유사. 가장 앞에서 싸운다는 것은 어떤 위협도 감수하겠다는 뜻과 같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되어야 할 일이었다. 라일락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것은 죄책감과 닮아 있었다. 내버려 두고 가버린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같은 것. 그래서 라일락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철저히 움직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어렴풋이 동생이 떠오르는 이, 포르투나에게는 더욱 친절하게 대했다. 그것은 일종의 회개였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하는 행위와 같았다. 그래서 그에게 늘 진심으로, 솔직하게 대했고... 어떤 상황에서든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전방에서 싸울 때에 흔히 들리는 소리였으나, 이번에는 지나치게 가까이서 들린 것이다. 연두색 새싹빛의 눈이 소리를 쫓아가지 못한다. 뜨뜻미지근한 것이 번진다. 황금색 방어막이 퍼져 포르투나를 지켰으나 정작 라일락 자신은 지키지 못했다. 옆구리와 복부가 길게, 깊게 찢어져 피가 물처럼 흐른다. 마물의 독이 퍼지는 것을 정화했으나 치유가 아니었기에 역부족이었다. 사실은 조금 안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포르투나는 행운을 나눠주는 역할이었고, 라일락은 그런 포르투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라일락, 왜 당신은 나의 불행을 빼앗아 가느냐고...

신이시여, 제가 바랐습니까? 제가 이런 모습으로 빚어달라, 그리 간청했습니까? 포르투나는 떨리는 라일락의 손을 꾹 잡았다. 피가, 너무 많다. 눈앞이 번잡스럽게 흩어진다. 떨리는 것, 음성을 하릴없이 쏟아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제가 바라던 것을 한 번이라도 들어주신 적이 있습니까? 자꾸만 눈앞이 흐려진다. 이것은 분명 눈물 때문이다. 맞잡은 손이 따뜻하다.

제가 정말 당신의 신실한 종이라면, 적에게서 숨을 쉴 수 있는 자그마한 행운이라도 철저하게 빼앗아 저에게 쥐여 주셔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간절한 말에 힘이 깃든다. 바람은 기적을 부른다. 라일락은 상처를 부여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기적과 닮은 마법을 일으킨다. 강렬한 푸른 번개가 연이어 떨어진다. 마치 신의 분노처럼. 누군가가 그의 바람을 들은 것처럼.

"... 난 사실, 행운을 믿지 않았어요."

라일락은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그의 생에는 행운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그저 필사적이기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울어준다는 것, 그것에 앞서 동생을 닮은 자를 만난 것이 라일락에게 있어 거대한 행운이었다는 것. 상처는 여전히 쓰렸지만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깊은 것이 어느덧 얕아진 덕이었다. 돌아가요. 그 웃음은 시원스럽게 흐드러지고, 포르투나는 눈물짓던 고운 얼굴로 따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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