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깊고 외로워.
아이가 처음 의식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는 오로지 혼자 있었다. 듬성듬성 돋아난 뺨의 푸른색 비늘에 물결이 스친다. 아이는 바다보다도 차갑고 시린 새파란 눈을 깜빡인다. 무얼 해야 하지, 어떤 것을 해야 하지. 그런 물음은 던질 필요도 없었다. 이 바다는 춥고 가혹해서 그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바닷속을 하염없이 돌아다녔다. 축복도 절망도 없이, 비난도 말소리도 없이 돌아다녔다. 그 누구도 없었으니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글자를 쓸 줄도 몰랐다. 작고 어린 인어는 그렇게 하염없이 혼자였다. 아이는 느릿하게 눈을 끔뻑였다. 검고 푸른 물이 계속 비늘을 훑고 지나갔다. 옥색 식물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이 어두운 곳에는 먹을 것이 많았다. 하지만 먹을 것이 많대도 허기진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마치 커다란 구멍 안에 계속 무언가를 밀어 넣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몰라 표현할 수 없었던 아이는 산호가 우거진 숲 한가운데에 몸을 뉘인다.
뺨 위에 비늘이 빽빽하게 돋아날 때쯤, 아이는 처음으로 외로움에 대해 알았다. 바다에 떠도는 말들이 아이에게 소리 없는 언어를 가르쳐준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어딘가 텅 비어버린 감각... 물빛 머리카락이 마구 나부끼듯 흔들렸다. 바다의 빛무리가 아이를 감싼다. 친절한 바다의 정령들은 이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아이를 감싸주곤 했다. 아이가 부드러운 빛무리에 감싸여있을 때, 누군가는 또 빛무리에 이끌려 이곳에 도착했다.
"... 아."
그리고, 단말마. 아이는 깜짝 놀라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무언가가 잔뜩 일렁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알았다. 슬픔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한대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지식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사실 아이가 이름 붙이지 못한 모든 것은 지식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 것이니까. 그것은 칠흑을 몰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 자는 몸을 숙여 앉았다. 파랗고 연한 비늘이 덮인 미적지근한 손을 뻗는다. 마치 잡아달라는 것처럼. 아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작은 손을 커다란 손 위에 얹었다. 따뜻하다. 빛무리의 따뜻함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건 조금 더 잘 파고드는 온기였다. 텅 빈 것을 가득 채우는 것만 같은 감각. 그러니까... 그것을 원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지독한 병증과 다를 것이 없었다.
아이는 자그마한 손을 뻗는다. 그는 작은 손을 조심히 감싸 잡았다. 온기가 애틋하다. 함께 가자. 함께. 그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몰랐으나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았다. 이 손을 놓지 않는다면 텅 빈 감각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었다. 입을 느릿하게 어물거린다. 함께... 함께. 아이의 손을 붙든 자는 새파란 눈이 참, 제 누이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일찍 떠나버린 누이야. 당신의 사랑이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