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프로젝트.
희망은 그리움의 유의어여야만 한다.
그리움에 무너지지 않을 힘이 필요함으로.
안녕하세요, 책을 처음으로 펼치신 당신. 저는 월하미인, 혹은 리운이라고 해요.
글을 시작할 때마다 고민하곤 해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어디에서 끝맺음을 해야 할까? 하고요. 하지만 이 글은 그게 명확했어요. 여기에서만큼은 내 모든 고민들을 녹여낼 수 있었으니까요.
이 책이 출간되었다면 이제 세상에서 제 이름은 전부 흐릿해졌겠네요. 당신은 지금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어요. 지금 당신의 기분이 어떨까요?
제가 죽고 나서 7년의 시간이 흘렀겠죠? 7년 후의 독자인 당신을 상상하며 펜을 잡고 앉았을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글자로 형용할 수가 없어요. 이걸 쓰는 지금도 여전히요. 7년 후에도 내 글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래요. 내 독자인 당신. 당신이 있다면 내 글은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나는 이 글에도 독자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어요. 불확실성에 흔들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나는 과거에서 미래를 믿는 작가에요. 언제나 그랬듯이요.
사실 맨 처음, 오래된 과거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어떻게든 되겠거니 했어요. 내 글이 팔리든 팔리지 않든,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상관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생각치도 못한 사랑을 받고, 부정적인 일보다 긍정적인 일이 더 많이 몰아쳤죠. 폭풍우가 지나가고 햇살이 들어왔어요. 내 내면에서는 여러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내 시선이 바뀌었고, 내 마음이 바뀌었고, 내 표정이 바뀌었죠. 그 이후로는 정말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언제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던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뿌리를 내리고 단단하게 서있는 것만 같네요. 꼭 식물처럼요.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볼까요? 나는 이 책의 제목과 함께 필자의 이름을 마주한 당신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놀라움일수도 있고, 당혹스러움일수도 있고... 혹은 그 어떤 것도 아닐 수 있겠네요. 제 필명을 처음 접해봤을지도 모르겠어요.
제 필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리운의 리운이에요. 간절히 원하면서도 채울 길이 없는 공허를 하염없이 끌어안은 그 마음을 제 필명으로 삼았어요.
그래서 내 마지막 흔적의 이름을 그리움으로 했어요. 공허를 하염없이 쓰다듬는 내 손길이 그리운 마음이었던 것처럼, 당신이 내 마지막 흔적을 들여다보는 모든 것이 그리움이라고요. 이건 과거에서 보내는 편지임과 함께 일종의 테스트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얼마나 읽힐까? 좋은 평가를 받을까? 과거에 남겨질 나는 알 수 없는 영원한 궁금증을 품은 채로 잠에 들 거예요. 그러니 이건 내 영원한 프로젝트인 셈이죠.
이렇게 영원이 생긴다니. 평생 그 단어를 믿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아주 생소한 기분이에요. 좋기도 하고, 몽글거리기도 한... 이제는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확신도 함께요.
사람으로 태어나 뿌리 있는 것의 마음을 이해하고 태양을 사랑하던 생은 이토록 찬란해요.
내 마지막 흔적을 잘 부탁해요, 내가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