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축제.
겨울의 길거리는 제법 소란스럽다. 이런저런 행사가 연달아 붙어 있기도 하고... 이 근방에서 축제를 하던가? 그는 잠시 뒷목을 손으로 쓸다가 내린다. 손끝이 벌게져서 시린 느낌이 잔뜩 들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으면, 손끝에 차갑고 작은 금속겨울의 길거리는 제법 소란스럽다. 이런저런 행사가 연달아 붙어 있기도 하고... 이 근방에서 축제를 하던가? 그는 잠시 뒷목을 손으로 쓸다가 내린다. 손끝이 벌게져서 시린 느낌이 잔뜩 들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으면, 손끝에 차갑고 작은 것이 닿았다. 작은 금속의 느낌에 일순간 소름이 돋는 느낌도 있었지만, 이내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던 것을 꺼내본다. 작은 연고. 누군가가... 아, 분명 우연히 갔던 곳에 있던 사람이 선물해 준 것이다. 이상하게 그곳에 갈 때마다 현실감이 없어서... 그게 꿈인가 하면, 이 작고 단단한 연고가 주머니 안을 굴러다니면서 현실감을 일깨워주곤 했다. 그는 연고를 다시 주머니 안에 쑤셔 넣는다. 손이 시리다. 꽃집은 분명 따뜻했는데. 문득 온기가 그립다는 느낌이 밀려든다. 근처 노점에서 겨울 간식을 구매한다. 다른 사람 생각을 하다 보니 좀 많이 사버렸는데, 뭐 어때. 그냥 들고 다니면서 하나씩 먹으면 될 일이다. 그러고 보니, 그 꽃집 주인은 계속 거기에만 있는 걸까? 바깥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한번 찾아가볼까..."
"누구에게요?"
"아, 꽃집에 갈까... 해서... ... ..."
옆에서 불쑥 말을 건넨 사람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채고 벙찐 채로 뒤돌아본다. 달리아는 그런 그를 보고 가볍게 웃는 소리를 내다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인다. 오랜만이죠? 잘 지냈어요? 예에, 어떻게든... 잠시 멋쩍게 서있다가 들고 있던 종이봉지에서 간식을 하나 꺼내 건넸다. 달리아는 그것을 바라보다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조심히 받아 들었다. 붕어빵 좋아해요? 예, 뭐... 가끔 생각날 때 찾는 편입니다. 달리아 씨는요? 저는 꽤 좋아해요. 종종 나와서 사 먹곤 하거든요. 종종 나오시는구나. 늘 그곳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달리아는 또 화사한 웃음을 흘린다. 꽃을 돌보고 재치 넘치는 손님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고 덧붙인다. 그렇게 부드럽게 말을 잇다가 패딩 주머니에서 동그란 사탕을 꺼내 그에게 쥐여준다. 저는 줄 게 이것밖에 없어서요. 맛있게 먹어줘요. 그 말에 감사인사와 흐린 웃음이 흘렀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잠시 같이 걷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긍정의 답변이 돌아온다. 겨울의 바람이 꽤 매서웠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무엇에 대한 안도감인가, 한다면 분명 외로움이 저만치 사라졌다는 마음 때문이렸다.
"오늘따라 길에 활기가 넘치네요. 근처에 축제가 있나요?"
"아마도 겨울에 있는 축제일 텐데... 관심 있으시면 같이 가시겠습니까?"
"바쁘진 않으세요? 제가 방해한 거면 안 될 텐데..."
"걱정하지 마십쇼. 안 바쁘니까요."
어차피 할 것도 없었다는 너스레를 떤다. 달리아는 그런 그를 보고 웃는 소리를 흘렸다. 우연히 길거리 산책을 나오고 만난 것도 인연이었으니 이것도 인연이겠지. 문득 매서운 바람이 누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