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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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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에 필연적으로 함께했을 계절에게.

by @Zena__aneZ 2022. 3. 11.

아, 내 생에 존재했던 모든 계절이여.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지나갔을 눈부신 계절이여.

나는 단 한순간도 삶을 사랑하지 않았으나, 삶에 깃든 모든 것을 사랑했다. 시간을 사랑한 적 없으나 그 길고도 짧은 시간을 오간 모든 것을 사랑했다.

난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나 남을 사랑했다. 나의 삶은 쓰인 과정을 알지만, 타인의 삶은 쓰인 과정을 모른다. 그것 덕분에 모든 사람들의 삶은 누군가에게 있어 필생의 역작이 된다.

타인의 손에 의해 완성되는 역작.
그 모든 역작 속에는 반드시 계절이 존재했다.

나는 나의 삶에 발걸음 한 모든 계절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단 한순간도 계절이 미운 적이 없었다. 내게 짙은 상처를 남기고 홀로 사라진 계절은 나의 생을 역작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사랑은 원망을 더 깊게 만드는 것이기에, 난 그리 지독하게 원망함에도 내 생에 필연적으로 함께했을 계절을 여전히 사랑한다.

내 삶은 바람 한 점 앞에서조차 부끄러웠으며, 언제나 흔들렸다. 내 발은 땅에 붙어있고, 눈은 하늘을 향했다. 지옥과도 다름없는 이곳에서 이상은 높기만 했다.

그랬기에, 나는 나에게 다가온 때에 맞지 않는 모든 계절을 사랑한다. 날 눈물짓게 하던 따스한 봄날의 바람은 내 이상을 흔들리지 않게 해 주었기 때문에.

상처가 가득한 나의 삶은 타인의 손에, 계절에 의해 필생의 역작으로 남을 테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은 언제나 삶과 죽음의 계절 사이에 있었다. 완벽하게 산 것도, 완벽하게 죽은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나에게 다가올 계절이다.
이 절절한 고백은 나의 온 삶을 담았으니, 어떻게 계절이 내게 있어 유서가 아닐 수 있을까.

나의 모든 삶, 나의 모든 죽음, 모든 이들의 필생의 역작은 모두 계절을 사랑한 바람의 유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