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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글러 챌린지

빛나는, 빛바랜.

by @Zena__aneZ 2022. 7. 21.

"그 무엇보다도 빛나면서, 그 무엇보다도 빛바랜. 난 추억을 변질된 기억이라고 불러."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기억에 푸른 우울과 붉은 분노를 걷어낸 뒤, 노란 행복과 녹음 짙은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세상에서 가장 빛바래며, 가장 빛나는 추억이 완성된다. 과거의 기억은 변질되어버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그 때가 좋았다'며 속삭인다. 그 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말이 아닐 수가 없다.
 
"뼈와 살을 깎아가며 만든 삶을 봐. 타인이 기억하는 것은 전부 다 깎고 남은 결과물밖에 없어. 그리고 넌 자랑스러워하지, 결과물을 보면서."

"이제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심지어 네 자신조차 망각해버리고 만 너의 기나긴 고통에."

"나는 어렸을 때의 너에게 애도를 보내."

 
세상에서 처음 태어난 첫 번째 꿈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고통을 봐왔다. 어쩌면 세상에 존재했을 그 모든 기억과 희망, 고통, 빛나는 삶과 빛바랜 추억을. 꿈은 그 모든 것을 훌려보내면서도 사람들의 추억만큼은 흘려보내지 못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의 기억이 여러 색이 덧씌워져 변질되어버리고 만 순간을 지켜보며, 그 사람에게 닿지 못할 애도를 바쳤다.
꿈은 웃었다. 분명 화사하게 웃고 있었으나 그 깊은 미소에선 공허한 슬픔이 느껴졌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다가는, 자멸해버리고 말 거야."
 
세상의 첫 번째 꿈은 궁금했다. 결과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과거는 변질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남에게 강요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세상은 그렇게, 과정은 잊혀지고 결과만 기억하다 자멸할 것인지. 그런 꿈의 궁금증을 뒤엎듯, 사람들은 지난 과거에 찬사와 애도를 보냈다. 지난 역사를 기억하려 노력했다.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까지 존중받을 수 있게 변화했다.
있는 그대로의 기억 뿐만 아니라, 변질된 추억까지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변질된 추억을 끌어안고서 올바른 길을 걸으려고 하는 사람들까지도 전부 보았다.
 
"..."
 
"그래, 너희는 결코 자멸하지 않겠구나."
 
꿈은 다시금 웃었다. 세상에서 태어난 첫 번째 꿈은, 이제는 애도 대신 찬사를 보냈다.
열심히 살아냈다고, 참 애쓰며 살았다고. 그걸로 되었다고 속삭여주며.
 
"변질된 기억을, 나는 추억이라고 불러."

"그동안 살아온 모든 고통스러운 순간이 전부 추억이 될 수 있게, 나는 기도하고 있을게."
 
꿈이 웃었다. 슬프면서, 동시에 화사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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