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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글러 챌린지

붉은 햇살에 안식을.

by @Zena__aneZ 2022. 8. 5.

그 사람이 죽었다.
이능력을 가진 나를 이용하려고, 나의 이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까지 겁박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기억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일 뿐이었다. 참으로도 쉽고 간단한 말이었다.

아,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는 것인지. 입가에 웃음이 넘실거린다. 그 웃음은 절망에서,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절규에서 비롯되었다. 머리 속에서 끝나지 않을 지독한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나 자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너를 사랑한 자들은 모두 괴로워질 것이라고.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말은 한번도 틀린 적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틀리길 바랬다.
절실하게도 바랬으나, 돌아오는 것은...

"...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

"불행해질 거라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불쌍한 사람 앞에서 떠들어봐야 더 이상은 듣지 못할텐데.

"나의 사랑, 가련한 나의 사람... 왜 나를 사랑한거야.."

눈물이 그 사람의 얼굴에 떨어져. 나는 그런 눈물에도 당신이 아플까 눈물을 닦아주었어. 아플 텐데, 왜 소리를 한 번 내지 않는지. 당신은 참 미련했다.

저걸 봐. 우리의 곁에서 자라나는 붉은 덩쿨이 흰 건물을 타고 기어올라가고 있어. 잔뜩 가시돋친 덩쿨은 곧 건물을 집어삼키고, 하나도 남김없이 부서져내릴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줄기들이 자라나며 건물을 덮어가자 서서히 사고가 마비되는 것이 느껴졌으나 결코 멈추지 않았다. 품에 놓인 그 사람을 조심히 끌어안는다. 상처투성이의 손이 안쓰럽게도 당신을 붙든다. 이런 손길이 아프진 않을까, 잔뜩 힘을 준 팔에 애써 힘을 뺀다.
내 품 안에 있는 사람은 내게 파멸을 선사한다. 나는 그 파멸을 막지 않는다. 그저, 무너져 내리길 기다릴 뿐이야. 장밋빛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넘실거리고, 그 사람의 부드러운 크림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이 아플까,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가려준다.

새빨간 줄기들은 길게 뻗어나가서 내 감정을 대변한다. 온 몸이 으스러질 듯한 분노가 넘실거리듯, 붉은 덩쿨이 모든 곳을 휘감는다. 차라리 나마저도 부서지면 좋을 것을. 길 잃은 분노의 끝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 당신이 없는데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일까."

당신은 나의 영혼이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부서지는 건물을 바라봤다. 아슬아슬하게 세워둔 카드 탑이 무너지듯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처참하게 무너진 것 사이로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을 붉게 태워버릴 듯한 햇살이었다.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며 태우는, 장밋빛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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