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것과 날아오르는 것은, 같은 말일까? 완전히 다른 말이라 할지라도, 나는 같다고 생각할래. 그 편이 더 행복하잖아.
나는 정말, 언제나 날고 싶었다. 높이 솟은 민둥산, 녹색 식물에게 잡아먹힌 비틀린 건물들, 저 멀리 반짝이는, 안개와도 같은 햇살. 나는 그 사이를 날고, 그렇게 날아 하늘의 끝까지 가고 싶었다.
날아오를 기계를 만들 기술과 용기는 있었지만, 부족한 것은 항상 재료와 희망이었다. 기계를 만들 재료도, 날아오른 후의 희망도 없다. 그렇게 날아서 무얼 할 건데? 그런 질문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글쎄. 나는 왜 날고 싶을까.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가느다란 시선의 끝에 닿는 것은, 깃털과도 같은 것이다.
... 재료가 없다면, 없는대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날개를 만들어, 높게,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비행한다면— 생에 단 한번뿐인 비행을 한다면, 그 끝조차 황홀하지 않을까. 목적이 생기니 힘이 생겼다. 늘 무기력하게 늘어진 채로 발걸음을 옮길 때와는 달리, 조금 더 힘이 실린 걸음으로 나아갔다. 부서진 기계의 플라스틱 파편들과, 붕 뜰 수 있게끔 해줄 여러 재료들. 하나씩 모으다 보니, 꽤 많은 재료들이 모였다. 아까 했던 생각을 정정하겠다. 기계를 만들 재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실은 의지가 없었던 것이었다. 너무나도 명확한 진실을 외면하다 불현듯 깨닫고 나니, 너무나도 우스워 실소를 흘렀다.
손은 바삐 움직였다. 기계를 이어붙이고, 정성껏 날개를 만들었다. 그저 충동적으로 고른 밀랍이라는 재료를 조심이 덧씌웠다. 제법 그럴듯한 날개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안개와도 같은 햇살이 강렬하다.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다, 빛을 받아들인 눈으로 다시금 햇살을 마주했다. 찌푸린 것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미소가 넘실거렸다.
멸망한 세상에 내리쬐는 햇살은 눈부신 파랑이었다.
민둥산 위로 걸음을 옮겼다. 올라갈수록 녹음 짙은 건물들은 사라지고, 삭막한 돌 무더기가 보인다.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황홀경이라 부를 만 했다. 녹음 가득한 건물의 파편이 늘어져있고, 이따금 화사함 머금은 꽃도 보인다. 아, 이 세상은 다시금 생명을 품기 시작했구나. 그것을 생각하며, 날개를 펼치고 붉은 버튼을 눌렀다.
산에서 힘차게 달렸다. 몸이 공중에 뜨는 것이 느껴지고, 발 아래로 바람이 느껴졌다. 지극히 짧은 무중력의 시간 속에서, 하늘과 햇살을 다시 눈에 담았다. 내가, 날고 있다. 길게 늘어진 날개가 힘차게 움직인다. 황홀경을 눈에 담고, 눈을 감아냈다.
비행은 추락을 닮았고, 추락은 비행을 닮았다. 중력이 무겁게 짓누르는 세상 속에서 자유로운 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