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글을 쓰는 재주는 없지만 네가 그리워져서 편지를 써.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편지를 받을 이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을 생각이야. 발신인도, 수신인도 정확히 표시하지 않은 이유는... 내 삶의 만남과 이별은 너무나도 바람 같아, 어떻게 쓰든 내 지난 인연들과 다 잘 어울리기도 하고.. 이것은 모두에게 바치는 편지이니 당연히 수신인이 있어선 안 되겠지. 말이 길었네.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써볼까 봐.
요즘, 잠을 통 못 자고 있는 날의 연속이야. 하지만 푹 자려고 노력하고 있어. 식사도 거르지 않도록 하고 있고, 술은 거의 안 먹어. 담배는 여전히 손도 안 댔어. 건강도 잘 챙기고 있어. 네가 기억하는 그대로야. 난 여전히,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어.
요즘은 꿈에서 신기루 같은 너를 자주 만나. 난 여전히 오늘이 되어버린 내일을 살고 있는데, 내 기억 속의 넌 여전히 그곳에 멈춰 서서 나를 붙잡아 그리움을 불러와. 처음에는 후회를 많이 했어. 내가 조금 더 강했다면, 그랬다면 너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후회를 안 하려고 해. 그때의 최선이었으니까. 내가 널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네가 날 지켰다는 것이니까. 네가 나아간 길을 내가 부정할 수는 없잖아. 네가 어쩔 수 없이 먼저 나아갔으니, 내가 어쩔 수 없이 진득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도 이해해주지 않을래?
있지, 난 많은 여행을 했어. 그날 이후로, 정말 많은 길을 걸어왔어. 들려줄 이야기가 산더미야. 하지만 들을 네가, 너희가 없다는 사실이 이토록 사무쳐서. 그러니 난 모두에게 바치는... 닿지 못할 편지를 써. 이 편지가 언젠가 녹아 없어지고, 바람결을 타고 돌아 너희에게 닿기를 바라. 그때는 꼭 누군가를 위해서 나서는 삶이 아니라 너를 위한 삶을 살아줘. 행복하라는 말에 슬퍼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해줘. 못다 이룬 꿈을 다 이뤄야 해. 이번에도, 다음에도, 언젠가 먼 미래에도 네가 너로 살아가며 마음껏 삶을 살아내며 즐기기를 바라. 그렇게, 간절히 기도할게.
언젠가 어느 형태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는 꼭 오래도록 같이 걷자.
그때까지 안녕. 행복해야 해.
- 익명의 K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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