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카테고리 없음

어스름한 시간 속에서.

by @Zena__aneZ 2024. 2. 13.

끝나지 않을 길을 걷는다.



아리아는 작은 방 안을 하염없이 돌아다닌다.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은 찾을 수 없는 것을 찾기 위함이었다. 제 피만큼 푸른 옷은 얕게 흔들린다. 스쳐 지나가며 본 거울 속에는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그것을 또한 못 본 체하고 지나친다. 아리아가 찾는 것은 그저 비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새벽 녹음 짙은 햇살이 창문을 타고 흘러 들어와 방 안을 밝힌다. 옷깃이 물 흐르듯 흔들리고, 옅게 뜨고 있던 눈은 초점이랄 것이 없었다. 그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섬뜩했고, 기이했다. 춤을 추는 듯 움직이다가 멈추고 나서는 방의 문을 열고 나간다. 긴 복도가 보인다. 그 복도를 따라 걷는다.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나도 깊은 새벽이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 아리아 씨?"

그 말을 한 남자는 잠시 그녀를 살펴본다. 무언가 기묘한 감각을 받는다. 신발도 없이, 이런 복도를 홀로 걷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다.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이 열리고,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온다. 평소에 쓰는 언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언어도 아닌... 어딘가 독특한 언어. 깊숙한 곳에서나 들릴 법한 물거품 같은 목소리. 남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언어와 목소리가 아리아의 모습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리아의 몸이 힘없이 기운다. 약간 놀란 듯, 그녀의 몸을 받쳐 주었다. 남자는 그녀가 걸은 길을 따라가 방에 도달했다. 가장 어스름한 햇살이 여전하게도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햇살을 받은 아리아는 창백하게 빛났다.
언젠가 떠날 사람처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방, 잘 쓰지 않은 것 같은 침구, 삭막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차가운... 아리아는 참 외로운 사람이었고, 그것에 슬퍼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원래 그랬던 사람인 것처럼.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한때 누군가에게서 보았던 것처럼. 어쩌면 그 자신이 그런 모습일지도 몰랐다.

그녀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종종 소금빛 향기를 그리워한다. 그녀가 품고 있던 향기는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바다를, 저 넓은 수평선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는 존재. 남자도 그녀와 같이 있을 때 바다를 그리워할까? 알 수 없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남자는 그저 침대에 그녀를 뉘이고 방을 나섰다. 꿈 없는 새벽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