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캐릭터 : 아서
트리거 워닝 : (간접적인 표현의) 살해
이 글은 전부 가상의 현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상기 명시된 소재는 현실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며, 일어난다고 하면 비극적인 일입니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일을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처음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분명, 쉽진 않지만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아서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의 등장이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도 아니며, 그에게 적대적인 기사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접해오던 마물들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 사람이면서 사람의 목숨을 끈질기게 노리는, 더 이상은 사람이라 칭할 수 없는 괴물. 마법사가 아님에도 마법을 쓰며, 어중간한 사람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 일반적인 사람은 낼 수 없는 힘을 쓰는 것.
저것이 대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서는 그것의 공격을 방어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
그것의 공격은 매서웠다. 방어를 아예 못할 정도로 강한 것도 아니었지만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의 공격도 아니었다. 다만 아서는 숙련된 기사였고, 그것을 충분히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서는 공격할 때마다 잠시 멈칫거리고, 칼이 그것에게 닿으려 할 때마다 뒤로 빠지길 반복했다. 어중간하게 자세를 취해 공격을 애써 방어해내는 것까지, 적을 앞에 두고는 해서 안될 것을 계속 반복해왔다.
비물리적인 마법을 칼 한 자루에 검기만 휘감으며, 방패도 그 무엇도 없이, 그것도 움직이지 않고 방어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것을 아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죽이려고 하면 단번에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토록 공격을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해도, 그것 또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리 혐오스러운 존재라 해도 결국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기에, 아서는 한참이나 공격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래, 한 때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신을 기피하는 그 상황이 미웠을 수도 있고, 어쩔 때는 사랑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인간이 증오스러울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태양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지 않은가. 불어오는 바람이며, 바람에 실려 흩날리는 꽃잎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아서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용서를 배우게 되었고, 온전한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나, 이제야 모든 것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된 아서에게.
그런 그에게 한때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는 것을 죽이라고 하니.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나.
모두가 옹호하는 살인을 저지를 것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것인가.
이곳에서 죽을 것인가, 죽지 않을 것인가.
죽여야만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생을 짊어지고 가리라.
아서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는 다시금 제 칼을 고쳐 잡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은빛 칼날에 황금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 무엇도 가늠하지 못하고 아서에게 뛰어드는 괴물의 몸은 보기 좋게 동강 나 바닥을 굴러다녔다.
너무나도 쉽게 죽는다. 고귀한 생명은 쉽게 끊어지고 만다.
칼날에 피어오르던 금빛 아지랑이는, 아서가 죽은 이에게 애도하듯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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