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일기, 교류

글 교류회 1

by @Zena__aneZ 2024. 6. 8.

희미한 촛불 아래서 밀랍이 누렇게 빛났다. 기실은 빛나는 것이 아닌 녹아내리는 것에 더욱 가까웠지만. 그는 녹아내리는 밀랍을 바라본다. 그렇게 밀랍이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진다면, 그는 제 안의 어떠한 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마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이데아의 환상과 같은 것. 이물질, 신, 기생충, 그런 것들 말이다.
밀랍으로 빚어진 나의 천사여.
너는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니.

별이 추락했다. 그것은 더없는 상실의 시작점이었고, 또한 절망의 문고리였다. 다만 문을 여는 것은 문고리가 아니라 그것을 잡은 사람인 탓에. 별을 떨어뜨린 것이 바로 나였다. 내가 떨어트렸다. 그리하여 나도 떨어졌다. 저 심연으로.

세상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일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고, 또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애석하기도 할 테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니 또한 오로지 슬퍼하기만 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은 너의 뜻대로 되지 않겠으나, 너의 천재성과 끈질김은 결국 네가 원하는 길목으로 이끌 것이다. 모든 것이 너의 뜻대로 이루어지리라.

바다는 젖지 않는다. 이미 온통 젖어있기 때문이었다. 짓이겨진 마음만큼이나 쓰라리게, 혹은 아름답고 애처롭게, 버려진 사람의 결핍과 핍박받은 상처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늘 쓸려나가는 파도에 눈가가 붉게 쓸려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바다를 평생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져 바다로 걸어간다. 발자국마다 상처가 남는다. 아픈 노랫소리가 남는다. 기억이 남고, 추억이 남는다. 그리고 파도는 망각을 닮아 있었다. 사랑했던 이여, 그 바다가 이끈 곳에는 인어의 눈물이 있었어.

이 세상은 푸르다. 정말, 온통 푸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였다. 세상은 푸르고, 사람들은 붉다. 청색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으레 핏빛이라고 생각될 만한 붉음에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혁명이기도 했고, 청춘을 불태워 이룩하는 청색 시대에 질려 다른 색을 입고자 하였다. 그렇게 온갖 색을 걸쳐 청색 시대를 붉게 물들인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늘도, 꽃도, 나무도 온통 푸른데 이 사이에서 붉게 빛나는 이들은 이질적이지 않은가. 사람의 본질은 이질적임에서 오는가. 알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평생 알 수 없을 듯싶다.

꿈은 꿈이다. 현실은 현실이고, 거짓은 거짓이고 진실은 진실이다. 그게 불변의 법칙이다. 그러니 꿈과 같은 당신이 한낱 꿈결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에 또 마음이 아파 숨을 뱉노라면 씁쓸한 커피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 커피 향기는 사라진 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이었다. 떠난 자리에 남은 씁쓸한 향기에 입 안까지도 써졌다. 당신이 사라진 자리에는 현실감의 아픔만이 남았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서, 누군가를 아끼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상처 입힌 것이 죄스러워 고해하고 싶어서. 누군가를 위하던 소원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순수하여 가벼운 바람이 되어 흩날렸다. 마치 꽃잎처럼, 숨결처럼, 애정처럼. 신은 자신에게 날아든 소원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순간은 다 지나간다. 사람들은 이제 누군가를 위한 소원을 빌지 않았다. 그것은 납덩어리를 달아놓은 것처럼 무거웠기에 신의 곁으로 날아가지 못했다.
날아가지 못하는 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날개를 달게 태어났으나 날지 못하는 것은 어떤 슬픔을 가질까? 언어는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그것이 곧 칼날이 되었을 때, 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일기, 교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저 그런 거.  (0) 2024.09.18
드디어 깨달았다.  (0) 2024.07.30
그저 그런 이야기 1  (0)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