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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 챌린지

생에 하나뿐인,

by @Zena__aneZ 2022. 8. 31.

그는 언제나 바쁜 삶에 쫓기며 살았다. 그의 삶은 한 편의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았으며, 그 어떠한 희곡보다 더 격정적이었다. 좋아하던 모든 이들을 잃고, 절망하고, 매 순간 정신을 갉아먹는 지독한 통증을 느꼈었다. 그 모든 고통은 그를 무너트리지 못했다. 그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었으니까. 아직 지킬 것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꿋꿋하게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다 많이 넘어지고, 많이 앓기도 했다. 오랫동안 멈춰서있기도 했으며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그 모든 고통에 잠식될 때까지.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맹목적인 믿음이 되었고 유일무이한 목표가 되었다. 그 목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저 살기만 하면 된다는 말, 포기하면 안된다는 말이 약속이었다. 그리고 곧 저주로 변질되었다.

"..."

아무도 없이 홀로 걸어오고, 저주와도 같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괴로웠다. 아무리 낮이 밝다 한들, 밤을 비추는 별이 밝다 한들 그의 발은 땅에 붙어있었고 필연적인 어둠은 두려웠다. 많이, 지쳤다. 그리 지친 몸을 이끌고 일어나려 하니 또다시 고통스러워 주저앉았다. 여명이 찾아와 하늘을 밝혔고, 부서져내린 정신 위로 빛이 드리우니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이 고통이, 평생 자신에게 머물 줄 알았다.

"... 크로 씨, 무슨 생각 해요?"

"옛날의 일... 윤을 만나기 전의 일이요."

가끔은 이런 잡다한 생각도 나쁘지 않죠? 그리 말하면서도 화사하게 웃었다. 윤이 그를 감싸안았다. 그는 그런 윤의 품에 가볍게 기댔다.

"그 생각에 슬퍼졌어요?"

"아뇨, 지금은 슬프지 않아요. 기뻐요."

부서져내린 정신에서도 언젠가 싹이 트고, 꽃이 피기 마련이다. 잔뜩 상처가 나고 곪은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다 나아진다. 빛이 들 때 제대로 물을 주고 한참을 토닥인다면 무엇이든 바뀌기 마련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언제나 멈추지 않고 흘러갔으니.
윤, 당신은 모르겠죠. 당신이라는 존재가 나를 얼마나 많이 바꿔놨는지. 얼마나 나를 가슴 벅차게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내 부서진 마음을 당신이 얼마나 토닥여주었는지. 당신과 만나서 나는, 내 생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서로가 아는 마음이 침묵을 타고 흐른다. 다정하고도 따스한 침묵이다.

그는 화사하게도 웃었다. 보석같은 눈이 곱게도 빛난다. 내 생에 하나뿐인 사람. 우리가 언젠가 이별한다 해도, 난 그 이별조차 사랑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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