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나는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고향은 왜 죽어가는가, 어째서 죽어가는가.
죽어간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죽어가는 고향을 무슨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해답이 너무나도 명확한 말이 또렷한 질문이 될 때, 나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
방독면을 쓰는 것이 유독 갑갑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가 온다면, 플로드는 습관적으로 걸음을 도시가 잘 보이는 절벽 위로 걸음을 옮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다, 손끝으로 방독면을 이리저리 매만진다. 온종일 비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돌연변이와 같은- 공격성이 높은 것도 있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것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문득,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욱신거린다. 수많은 빗방울로 짓무른 땅 위에 서서 저 아래를 내려다본다. 인위적으로 파낸 땅 아래 거대한 돔이 있다. 반투명한 돔 위로 빗방울이 부딪혀 매끄럽게 굴러 떨어진다. 거대한 돔 겉에는 바닷물 같은 빗물이 일렁거리지만 저 돔 안의 도시는 건조하다. 바깥은 이렇게나 물기가 가득한데, 이래서야 마치 다른 세상 같다.
플로드는 한때 저 도시 안에서 살기도 했었다. 그래서 저 도시 내부의 것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저들은 온갖 색이 범람하는 도시에서 색맹이 되어가고, 왜 죽어가는지조차 모른 채 죽어간다. 모든 것이 쉽게 고쳐지지만 그것에 희망이라고 할 것은 없고, 행복을 불러오는 약만 존재한다. 약 한 알이면 과거도, 미래도 잊고 오로지 미칠듯한 행복에 겨운 현실만이 남는 것뿐이다. 이 얼마나 지루하며 비참한 세상인가.
잠시 방독면을 벗는다. 뺨에 빗물이 닿는 게 느껴진다. 저 아래의 지루하고 비참한 세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짜 자극.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망가지는 진짜 세상이다. 가짜 세상을 눈에 담는 것은, 저곳이 한때는 고향이었어서. 한때는 거짓된 기쁨이 진짜라고 믿었어서. 플로드 안테라는 만들어진 기쁨보다 진실된 불편함을 원한다. 약물에 중독되어가는 모든 이들을 버린 그는 자유로운 방랑자가 되었다. 방독면을 다시금 고쳐 쓰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답답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원한 것은 자신이었다.
머지 않아 아틀란티스가 될 나의 고향, 안녕.
다음에 볼 때는 완전히 수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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