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언제나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가지고 있는 직업에서의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타인이 쉽게 말을 걸 수도 없었고, 말을 건다고 해도 많은 말을 늘어놓지 않아 몇몇 이들은 그 사람을 답답해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 중에서는 그 사람을 진실로 싫어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보아도 참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이 있는 자리의 무게를 알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과감해질 때를 정확하게 알았다. 그래서 언제나 입을 닫은 채 생각하고 인내했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 그 사람은 삼키는 것이 익숙한 것 같았다. 쉽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나 누군가를 밀어내는 말, 타인의 사소한 실수라던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것까지. 그 사람이 기어이 삼키고 마는 것 안에 자기 자신까지 포함되어 있었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은 말을 늘어놓았을 텐데. 그런 늦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팀장님, 이건 불가능해요. 반드시 죽을 거라고요!"
"우리가 하는 일 중에 목숨을 걸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네."
"저희가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시잖아요! 이번에는 정말 죽어요."
"정말, 반드시 무슨 일이 날 거예요. 저희의 말을.."
"아니, 죽지 않아."
"..."
"너희들은 죽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의 목소리는 언제나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고 고요했다. 모든 감정을 공허 저편까지 수몰시킬 만큼이나. 팀장님, 어째서 그렇게 차분할 수 있나요. 어떻게 우리가 확신할 수 있나요. 왜 우리의 안에 당신은 없나요. 왜 기어코 스스로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건가요. 당신은 왜 우리가 죽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 왜 자신만큼은 '우리'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인지. 가끔은 당신이 원망스럽다. 우리는 언제나 당신의 안위를 이야기하는데, 어째서 당신은.
"퇴각 경로 확보해. 난 이곳에 남는다."
주변의 폭발음마저 그 사람의 목소리에 모두 파묻힌다. 진짜 죽을 거다, 같이 돌아가자, 우리도 남겠다. 그런 말 한마디 내뱉을 수 없다. 이미 마음을 굳힌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저 우리의 나약함을, 당신의 강인함을, 기어이 우리의 육신과 정신을 헤집어놓고 마는 쓰라린 현실을 마주하며 당신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
"살아야 해."
"─"
"__이 아닌 __이야."
"─!"
"... 꼭 살아."
우리의 목소리는 그 사람에게 제대로 닿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의 목소리만이 우리에게 제대로 닿는다. 모든 감정이 수몰된 눈물은 소금기 가득했고, 어쩐지 입 안에선 미끌거리는- 비릿한 붉은 액체가 느껴진다. 아, 이것은 내가 흘린 붉은 눈물인가. 끝까지 울지 못한 그 사람 대신에 떨어트리는 핏빛 슬픔인가. 어느 쪽이든, 참 애석한 현실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그 사람의 눈이 품은 강렬한 마젠타와 어설픈 미소가, 푸른 하늘이 지독하도록 잘 어울려서.
어느 푸른 날에, 우리는 그 사람을 다시는 부르지 못했다. 그 사람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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