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 스태프의 끝에 마나가 모인다. 마나는 곧 돌풍을 일으키고, 돌풍은 날카로운 쐐기가 되어 마물을 찢어발긴다. 곧 마물의 몸체가 갈라지고 그것을 이루던 핵이 바닥에 떨어져 아무렇게나 굴러 다녔다. 달아람은 마물의 핵을 집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마물의 핵은 많은 것으로 쓰였다. 보통은 마도구에 박아 넣고, 이따금 장신구로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었다. 민간신앙에서는 그런 장신구가 액운을 막아준다고 하기도 했다. 달아람은 제 손바닥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선명한 푸른빛을 띠는 마물의 핵을 바라보며 느릿한 감상에 빠졌다. 혹시나, 아주 혹시나. 이런 마물의 핵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제 동생에게 쥐여주었다면... 그렇다면 살 수 있었을까. 어디까지나 민간신앙이었고 또한 아무런 마법도 걸지 않은 장신구를 가진다고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적은 가능성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렸다.
선명한 푸른빛을 띠는 마물의 핵은 달아람의 오랜 죄악감과 그리움처럼 가방 한편에 언제나 담겨 있었다. 분명 값비싸게 거래할 기회도 몇 번이고 왔으나 번번이 거절한 것은 분명, 그 보석을 줄 이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이가 눈에 밟힌 것은, 그리고 그 사람의 눈이 맑고 투명한 푸른색인 것은... 달아람은 그를 보고 제 오랜 죄악감과 그리움을 떠올렸다. 참, 푸른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
답지 않게 한숨을 쉬고는 가만히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며칠 전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것이지만, 이전에 생일이었다고 했다. 하필 바빠서 잘 들르지도 못할 때라서... 이제 와서 챙겨주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달아람은 루시아를 보면서 언제나 푸른색을 떠올렸다. 루시아가 가진 색도 그랬지만, 아무것도 담지 못한 빛바랜 푸른 마음이 언제나 신경 쓰였다. 적어도 달아람의 시선에서는 루시아의 어떤 한 부분이 공허함이라고 부를 법하다고 느꼈다. 어딘가 비어있는 사람. 채워 넣지 못해 텅 빈 것. 그래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고... 고민이 더 깊어진다. 무엇을 주면 좋아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푸른색이 잘 어울리는 만큼... 손끝에 무언가 닿았다. 한편에 오래도록 내버려 둔 마물의 핵이었다. 감고 있던 눈을 가만히 떠서 마물의 핵을 바라보다 가만히 집어 들고는 마력을 흘려보낸다. 마물의 핵을 곱게 깎아낸다. 누군가에게 주었으면 좋았을 장신구를 이렇게 만들고 있으니 어쩐지 생소한 기분이었다.
둥글게 깎은 보석을 가지고 있던 하얀색 나무 비녀에 달고, 끈과 여러 장식으로 덧붙여 잘 어울리게 장식한다. 어렴풋한 새벽의 햇살을 받은 장신구가 반짝인다. 마지막으로 장신구에 보호와 치유 마법을 건다. 분명 루시아라면 다른 이를 치유할 테니까. 그런 상황에 그 누구도 곁에 없다면 도와줄 것은 이 장신구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달아람에게는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이란 익숙했고,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못했다고 후회하는 것은 정말이지 지긋지긋했으니까.
남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바닷가의 소금기 섞인 바람이 고동색의 머리칼을 흩트려놓는다.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쓸어 넘기고는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긴다. 이윽고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루시아. 나지막한 목소리에 뒤돌아보는 이를 보곤 또 옅은 미소를 머금는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이건... 선물. 너무 늦게 주는 것 같지만."
네가 평온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언제든지. 그리 말하고 밝게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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