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바람이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집 한편에 놓인 피아노 앞에 앉았다. 네이시는 피아노 위에 손을 가벼운 선율을 연주한다. 아주 훌륭한 솜씨는 아니었지만 아주 어색한 정도의 실력도 아니었다. 새로 배운 피아노 음악이었는데 네이시의 마음에 꼭 들었다. 좋은 음악을 들으니 사랑하는 이가 생각났다. 달프도 좋아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니 만나고 싶었다. 오래간만에 마중을 나갈까- 그런 생각을 하고는 바깥을 잠시 내다본다. 얇은 커튼이 바람에 나부낀다. 복숭아빛 햇살이 바닥에 내리쬔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제 연인이 퇴근할 시간이었다. 지금쯤 나가면 중간에 만날 수 있으려나? 네이시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피아노 위에서 손을 떼고 집 밖으로 나선다.
햇살도 바람도 뜨겁다. 뜨거운 날씨에 마음도 데워지는 듯, 마치 가볍게 떠오르는 열기구처럼...
"달프!"
네이시가 굽 낮은 신발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언제든지 사랑하는 이에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뛰어갈 수 있으니까. 말간 베이지색의 치맛자락이 나풀거린다. 가볍게 뛰어선 델피니아의 앞에 선다. 델피니아는 등 뒤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가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분홍색 꽃이 모인 작은 꽃다발. 네이시는 그런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어 보였다.
"깜짝 선물이야?"
"네이시, 네가 생각나서... 마음에 들어?"
달프가 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지! 작은 꽃다발을 품에 꼭 안고는 맑게 웃었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건넨다.
"사실 나도 선물을 준비했는데, 마음이 통했나 봐!"
"지금 열어봐도 돼?"
"물론이지!"
델피니아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상자를 열었다. 금색과 분홍색의 줄이 그려진 넥타이 핀과 안경줄이 들어 있었다. 옛날에 만든 넥타이 핀은 허술했던 것 같아서. 네이시는 조금 멋쩍은 듯 미소 짓다가 델피니아의 표정을 보고 활짝 웃었다.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네! 그런 말이 흐르고 델피니아가 먼저 네이시를 끌어안았다. 얕은 웃음소리를 흘리곤 목에 팔을 두르고 품에 꼭 안겼다.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가 시원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싱그러운 꽃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달프, 저녁 먹고 같이 피아노 칠까?"
네이시, 너와 하는 건 무엇이든 좋아. 그런 말과 함께 손을 꼭 맞잡는다. 한껏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요즘 인기 있는 음악이 있는데, 그거 같이 연주해 보자. 분명 마음에 들 거야! 너무 못해도 놀리면 안 돼. 당연하지! 설마 내가 놀리겠어?
하지만 웃기는 하잖아.
그건 귀여워서 그렇지~
피아노 연주까지 하고 나서는 안경줄도 바꿀까?
바로 바꾸려고?
선물해 준 거니까...
좋아! 잘 어울리는지도 봐야 하니까.
느지막한 여름 저녁의 바람에 재즈의 선율이 실린다. 더없이 부드럽고 평온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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