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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자캐 로그

변화의 바람.

by @Zena__aneZ 2025. 1. 9.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린다. 무언가 거슬리는 것이 있는 것처럼. 은하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어딘가의 책임자로 있는 일이 익숙한 사람은 늘 비슷한 고민을 했다. 자신이 머무르는 곳의 문제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일을 혼자서만 할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해야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지긋하게 감고 있던 맑은 파란빛의 눈이 뜨이고, 곧 매끄럽게 굴러간다. 목덜미에 겨우 닿는 깊은 바닷빛 머리칼이 유연하게 흔들거렸다. 책상을 툭, 툭 두드리다가 손을 거두곤 의자에 잠시 기댔다.

다른 지역과 제대로 된 교류를 못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이었고, 다음으로 큰 문제는 거리에  있었다. 다른 대륙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교류를 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외지인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쉽게 배척하곤 하니까. 시간과 유연함이 필요했다.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만한 시간, 그리고 단단하게 굳은 사고를 파고들 유연함. 외지인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용병단의 도움을 받는 게 낫겠지. 대표가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사람일지... 따로 만난 적은 없었는데. 고민의 끝에 도착한 곳은 용병단의 앞이었다. 과거에는 꽤 많이 들렀던 곳인데, 이제는 거의 오지 않는구나. 일이 있을 때나 가끔 찾아오던, 한때는 제집처럼 드나들던 곳을 둘러보다가 카운터 쪽에 서있는 이에게 말을 건넨다. 용병 대표를 만나러 왔는데, 외출 중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카운터에 서있던 이가 입을 떼던 찰나, 누군가가 그의 곁에 성큼 다가온다.

 

"응? 총책임자님 아니야? 나를 왜 찾아?"

 

"당연히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앗, 그래?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건 줄 알았, "

 

잘못 찾아온 거라면 돌아가겠습니다. 자, 잠깐만! 농담이었으니까! 은하의 표정을 눈에 담은 새하얀은 다급하게 말을 건네다가 한 손으로 제 뒷목을 쓸다가 내렸다. 음, 어쩐 일로 찾아왔어? 혹시 큰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지? 문제가 맞긴 하지만, 심각한 일은 아닙니다. 이후 일정이 없으시면 잠시 대화 가능하십니까? 얼마든지! 

동부의 오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장치를 더 많이 설치하고, 동부에 미처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금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혹은 대표나 총책임자가 두어 번 더 바뀌어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걸음, 그게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대표와 총책임자는 성격은 달랐으나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비슷했으니. 무엇에 대한 방향인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두 더 나은 내일을 원했으므로. 새하얀은 잠시 용병단 내부를 둘러보다가 바깥으로 나갔다. 숲의 향기가 유독 시원했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활기도 감돌고. 그때 정말 은하가 그대로 돌아갔으면 어쩔 뻔했지 싶기도 했고...

 

"밖에서 뭐하십니까."

 

"잠시 구경 중이었지~. 이제는 활기가 돈다 싶어서. 처음에 고생한 거 생각도 나고..."

 

"어떻게든 잘 됐으니 된 것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지. 첫 단추는 잘 꿴 것 같아.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바람이 시원스럽게 분다. 그의 이름만큼 하얀 머리카락이 길게 물결치고, 부드러운 고요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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