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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 챌린지

신이시여, 부디.

by @Zena__aneZ 2022. 8. 7.

트리거 워닝 : 죽음(살해)

 

이 글은 전부 가상의 현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상기 명시된 소재는 현실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며, 일어난다고 하면 비극적인 일입니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일을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한때는 신을 따르며 독실한 종교인으로서 일했던 하니엘은 더 이상 종교인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전히 종교인이었으나 예전과 같은 존경은 받지 못했다. 그것은 전부 그 사건 이후의 일이었다.

하니엘은 손에 들린 묵주를 내려다보았다. 십자가는 소름 끼치는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하니엘, 있나요."

열린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고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니엘은 짙은 죄악감과 고통을 미뤄두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짙은 청보랏빛 시선과 녹음 짙은 시선이 맞닿았다.

"위레디아. 여기까진 어쩐 일이야?"

"하니엘, 나는 당신을 잘 알아요.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죠, 그 일을."

위레디아는 하니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니엘은 차마 그 시선을 온전히 바라볼 수가 없어 눈을 피했다.

몇 년 전, 하니엘을 마녀로 몰아 죽이려고 한 이들은 하니엘이 만드는 약에 독을 탔다. 그 독을 먹은 사람들 중 두 명이 죽었고, 세명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하니엘은 그 누명을 쓰고 처형당할 뻔했었다. 종교인이기 전에 하니엘이 여성이었으니까, 그 일을 더 깊게 들춰내는 것보다 한 명만 죽으면 편한 일이었으니까. 하니엘은 다른 이에게서 선물 받은 권총을 들고 범인 중 하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사람은 죽었고, 공범은 죽음이 두려워 자신의 죄를 실토했다.

"잘 죽었다, 그 자식."

그 말을 내뱉는 심정은, 그런 죽을죄를 지은 놈이라도 살길 바랬으니. 너무나도 반대되는 생각과 말이 부조화를 이뤘다.

위레디아는 하니엘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죄를 지은 사람의 표정이 띄워져 있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악감 때문일 것이다. 살인이라는 잔혹한 행위가 필요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죄악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제 친구가 안쓰러웠다.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주고 싶었으나 하니엘은 언제나 위레디아의 진심 어린 걱정을 밀어냈다. 하니엘은 그만큼 올곧은 사람이었고, 그런 그의 성품을 위레디아도 알고 있었다.

성당 보육원에서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언제나 같이 있었다. 같은 꿈을 키워나가기도 했고, 둘 다 독실한 종교인이 되었다. 둘은 잠시 서로 다른 성당으로 향했을 때 서로에게 늘 편지를 보냈다.

어느 날 제 앞으로 도착한 편지를 뜯었을 때에는, 처음은 눈을 의심했으며 그다음에는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 위레디아, ]
[ 나, 사람을 죽였어. ]


위레디아는 하니엘을 찾아갔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띄우던 웃음은 사라져 있었고, 자기 자신을 향한 경멸과 분노만이 남아있었다. 아마도 평생 사라지지 않을 감정이었다.

"하니엘."

".. 응."

"신께, 같이 기도할까요."

하니엘은 위레디아의 말에 묵주를 손에 꾹 쥔 채로 눈을 감았다. 위레디아도 마찬가지로 눈을 감았다. 하니엘은 자신의 손에 죽은 이가 그럼에도 평온하길 바랐고, 위레디아는 하니엘의 손에 죽은 이가 지옥에 떨어지기를 기도했다.

부디, 이러한 간절한 기도가 닿길 바랬다.
신은 그 누구의 말도 들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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