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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 챌린지

환상 속, 환상적인.

by @Zena__aneZ 2022. 8. 8.

트리거 워닝 : 환각
 
이 글은 전부 가상의 현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상기 명시된 소재는 현실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며, 일어난다고 하면 비극적인 일입니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일을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예술가에게는 공상이 중요하다. 아니, 적어도 아리아에게만큼은 그랬다.
꽃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 예술을 향한 집착으로 살아하는 사람, 공상 속에서 꽃을 보는 사람. 그 모든 수식어는 바로 아리아에게 향했다. 아리아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폭풍과도 같은 환상이 몰아치고, 또한 그것은 쉬이 잠잠해지지 않는다. 가끔 그런 공상에 빠져있을 때면 주변의 소리도 듣지 못해 큰 사고를 낼 뻔하기도 했다.
 
"아리아 씨, 뭐하고 있어요?"
 
".. 공상 속에 있어용!"
 
아리아의 특이한 말투는 그의 공상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말투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리아의 말투를 보고 아이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생각을 바꾸었다. 아리아는 꽃을 장식하고 그림을 그릴 때면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마음껏 뽐낸다. 많은 사람들은 아리아의 예술에 매료되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아리아의 예술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몇몇 사람들은 아리아의 예술을 향한 집착에 공포심마저 느꼈다.
 
아리아의 하얀 눈은 결코 식을 줄 모르는 흰 별을 닮았다. 닿기만 하면 온 몸이 새카맣게  타들어갈 정도의 열의는, 어쩌면 기이할 정도로 강렬하게, 맹목적이고 집요한 시선의 형태를 띤 채로 아름다움을 쫓고 있다.
 
아리아는 어느 새에 손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망가진 꽃을 바라보았다. 가끔 예술에 온전히 집중할 때면, 손에 잡히는 것들을 으스러트리곤 했다. 그것이 예술을 향한 집착이며 열정의 증거였다.
눈앞에 놓인 화분에는 온갖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그것이 덧없이도 아름답지만 그 모습은 어딘가 기괴하다. 그런 아리아의 예술은 그 자신의 애잔하면서 안쓰러운 삶을 닮아있었다. 그는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을 가졌기에 불행했고, 결국 스스로의 자아를 지켜내지 못하고 망가져버렸다. 예술을 향한 집착과도 같은 사랑과 열정이 없었다면, 그는 진작에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
 
아리아는 제 손 안에서 으스러진 꽃을 바라보았다. 하얀 꽃에서는 짙은 보랏빛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삶에 언제나 함께했던 환상이었다. 아리아의 눈에만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것이 불쾌했다. 자신의 눈 위에서는 끔찍하도록 많이 보이는 풍경을, 많은 사람들은 예술가의 공상이라며 부러워했다. 그에게 예술이란 현실에서 도망칠 열쇠이며, 현실의 족쇄였다. 그러니 증오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아의 천재성은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망가트렸고, 무너트렸다.
아리아는 불현듯, 한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예술가는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미술에 몰두한대."
"그래서 더 아름다운 작품이 나온다더라."
"불행할수록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니, "
"참 불쌍하지."
 
"..."
 
아리아는 손에서 으스러진 꽃을 바닥에 떨구었다.
그 꽃은 카라(Calla), 꽃말은 '참된 아름다움'.
 
아름다움이란 그 어디에도 없으니, 아리아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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