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눈과 관련된 마법을 그처럼 단련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눈이 좋고, 마나를 품고 있었으니 다른 것을 들어도 괜찮겠으나 그는 무기를 드는 것보다는 의술을 선택했다. 직접 산으로, 들로 나가 약초를 채집해오기도 했으니 많은 것을 둘러보는 것이 중요했다. 누군가는 재능을 썩힌다며 안타까워하지만 그는 제 힘에 만족했다.
누군가를 보고, 살리는 힘 말이다.
그는 밤에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약초를 채집하려는 목적도 있었으나 이번은 아니었다. 밤의 느릿한 어둠을 좋아해 나온 산책이었다. 작열하는 태양의 색을 그대로 담은 맑은 황색의 눈이 숲을 둘러본다. 숲의 정령들이 웃음소리를 흘리고 그의 손을 잡아 이끈다. 그는 기꺼이 정령들의 장난에 응하듯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놀러 왔네? 그러게, 늘 바빴잖아!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고- 그런 장난스러운 말에 그동안 바빴다며 대답하는 그의 행동에 정령들이 까르르 웃음을 흘린다. 오늘은 우리와 놀아줄 거야? 그래, 그러지 뭐. 정령들 중 하나가 그의 뒤로 가서 머리칼을 만진다. 단정하게 틀어 올린 푸른 옥색 머리카락이 결 좋게 흘러내려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듯 나풀거린다. 이 녀석들, 바로 머리카락을 풀어버리고- 하지만 우리와 놀아준다며!
그는 느릿한 웃음을 흘리고 정령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춤과 같기도 했고, 산책 같기도 했으며- 또한 그 자체로 숲의 모습 그 자체 같기도 했다.
우리 함께 춤을 추자. 별도 달도 저버린 날에, 세상이 태양에 집어삼켜질 때까지, 환희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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