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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자캐 로그

바람이 흐르는 곳.

by @Zena__aneZ 2024. 1. 25.

안녕하세요, 그대. 오늘도 바람에 흘려보낼 말을 하나하나 읊어봐요.
그대,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이따금 당신 생각이 나 사무치게 외로워지기도 하고, 또 슬퍼지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그럭저럭 살아내고 있어요.
이제는 나를 있는 힘껏 내던지지 않아요. 당신이 걱정할 만한 것도 없고요.
나는 정말,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대, 기억하나요? 처음에 고백한 것이요. 저는 당신을 평생 사랑하겠다고 한 것 말이에요. 그대의 평생과 나의 평생은 달랐어요. 당신은 사람이고, 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나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해요.
유한한 생명을 가진 당신이 무한함을 가진 나를 사랑한 것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요.
그대, 알고 있나요? 당신은 바람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저 멀리서부터 불어와, 다시 저 멀리 떠나는 바람 같은 사람. 내가 느끼기에 모든 사람은 바람이었지만, 당신은 특히나 더 바람 같아요.
나는 바람을 좋아해요. 그것은 한때 유한한 생명을 가졌던 내가 꿈꿨던 소원이기도 하거든요.
비록 나는 바람은 되지 못하겠으나, 여전히 이곳에 서있을 수는 있어요. 바람이 불어오는 그 자리에.
 
이따금 그런 말을 들어요.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신은 그렇게 전지전능하지 못해요. 모든 것을 알 수 없어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 그것은 이제 신인 나만이 알고 있네요. 그 누구도 세상을 완전히 알 수 없어요. 이 세상에 살면서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해요. 그것은 신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그것이 필시 '살아낸다'는 반증이 될 거예요.
 
옛적에는 무척이나 슬프기도 했어요. 당신과 같은 평생을 살 수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슬퍼하지 않으려고요. 무엇 하나 제대로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위함이고, 그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니, 나는 이곳에 서서 당신을 그리고, 이해하며, 웃어줄 거예요.
 
그대가 바람처럼 떠난 자리는 텅 비었어요. 하지만 그대는 바람이니, 또한 어느 곳을 여행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대, 이윽고 그대가 도달한 곳은 따뜻한가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처음 불어왔던 곳에 서서 당신을 추억해요. 당신이 처음으로 불어온 이곳에서, 여전히, 영원히. 당신이 떠난 그 자리마저 사랑할 거예요. 내 영원이 끝나는 그날까지.
 
그대, 안녕한가요? 잘 지내길 바라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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