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술 자체는 그리 대단한 능력은 아니었다.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마법이라는 것은 사람의 간절함에 응답했고, 이윽고 눈속임과 같은 것은 선명한 실체를 가진다.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실로 마법 같은, 혹은 기적 같은 일임이 틀림없었다. 환영술사인 그녀는 손을 높이 든다. 손에서 하얀빛이 쏟아지며 나비의 형태를 갖추고, 그것은 바닥에 내려앉아 높이 솟은 하얀 장벽을 만든다. 그녀가 만든 벽의 환영은 선명한 방패가 되었다. 환영술은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고, 마법이라는 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학문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바라는 거짓은, 이윽고 거짓이 없는 진실이 되리라.
하얀 장벽에 내리 꽂히는 격렬한 공격이 사그라진다. 높이 들고 있던 손을 내리는가 싶더니, 수평으로 길게 움직인다. 별빛 가득 머금은 결 좋은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유성우보다도 빛나는 샛노란 눈은 적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손을 움직인 궤적을 따라 마수가 갈라진다. 비교적 약한 마수였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뒤에 서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불꽃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밝게 타오르는 희망의 불씨. 환영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 정점에 선 존재. 그녀는 피아노 소리를 피부로 느낀다. 하얀빛이 공중을 감돌고 땅에 퍼져 나간다. 야트막한 빛은 자연의 힘에 공명한다. 이윽고 공명하여 울려 퍼지는 피아노의 선율은 다친 이들을 치유한다.
"감사합니다, 환영술사님...!! 저, 혹여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름을..."
"... 아, 헬렌 리시안셔스,라고 해요."
그녀는 곱게 웃으며 고개를 가벼이 숙여 보이곤 걸음을 옮긴다. 발자국이 남는 곳마다 노란 불꽃과 같은 조각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그녀는 낭만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건 외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성품과 고운 말투, 조심스러운 행동 모두 기품 있으면서도 강렬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백색 별을 황금색 불꽃에 남김없이 녹여 사람으로 빚어낸다면 꼭 이런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수를 잡는 사람 치고는 조금 심약할지는 몰라도, 강함의 척도만 두고 본다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저기, 환영술사님... 저, 보수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보수를 받고자 한 것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이건 오로지 제 뜻으로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남은 부상자도 모두 치료할게요."
아직 어려 보이는 아이의 머리칼을 조심히 쓰다듬으며 약한 회복마법을 걸어준 뒤 다른 곳으로 향한다. 부드러운 발자국마다 노란 별무리가 흩날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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