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온전하게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을 바랄까?
실패한 경험을 되돌리고 싶어 할 수도 있고, 혹은 지나간 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었다. 손 안에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은 손에서 빠져나가 이윽고 보이지 않는 상흔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그의 불안이었고, 후회였으며, 지독한 슬픔이었다. 우스운 일이다. 몸 위에는 상흔이 남지 않았음에도 이토록 아픈 것이. 이것은 환상통인가? 그는 지나간 과거를 한 번 떠올리고는 시선을 옮긴다.
“혹시, 지금 계신가요?”
이름이 불린 그는 시선을 돌린다. 약간 날카로운 눈매, 눈 안에 깃든 세월의 노련함과 같은 것이 말을 걸어온 사람을 가볍게 훑는다. 무슨 일이신지? 그 말에 의뢰인은 머뭇거리며 옷 한 벌을 내어 놓는다. 여기저기 해지고 뜯어진 옷. 이 옷도 복원할 수 있나요? 제 아이가 입고 있었던 옷이라서요. 그 옷은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품은 절망처럼, 아주 오래된 것… 그의 고동색 눈이 매끄럽게 굴러간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합니다. 이 정도면 돈을 안 받아도 되겠다며 말을 건네고는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죠. 그 말을 끝내고는 의뢰인과 그는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깨끗했다. 단순히 복원 마법을 써서 물건을 고치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상흔이 진득하게 남은 옷을 들고 온 정도라면.
”아마 알고 오신 거겠지만, 저는 물건의 시간을 되돌립니다. 환영으로 주변의 상황까지 구현하고요. 좋지 않은 것을 볼 수도 있어요. “
아마도 이 옷의 주인은 죽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흔적을 잊을 수 없어서 온 것이렸다. 그는 손을 뻗는다. 옷이 허공에 둥실둥실 떠오른다. 옷의 시간이 천천히 감긴다. 그 주변에는 여러 흔적이 보인다. 옷의 주변이 어떠한 액체와 함께 젖어들며 붉게 물들었다가 사라지고, 칼에 찢어진 자국이 하얗게 메꾸어진다. 의뢰자분, 저 이상한 빛의 액체가 뭔지 아시나요? 그런 질문에 처음 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옷을 가져온 사람이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굴린다. 마비독입니다.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독이에요. 마물한테도 잘 듣고요. 최소한, 끔찍한 고통은 없었을 겁니다. 의뢰인이 울었다. 그는 그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았다. 그것은 안도감일 수도 있었고, 슬픔일 수도 있었고, 어쩌면 죄책감일 수도 있었다. 한 가지의 행동에 깃든 마음은 수백 가지이다. 그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같은 고통을 겪었으니. 옷을 잡고 조심히 개어 의뢰인에게 건넨다. 여기 있습니다. 의뢰자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선다. 그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옆에 놓인 액자를 든다. 액자 안에는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다. 쌍둥이 형제. 그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액자를 내려둔다. 가족을 잃은 고통은 감히 그 무엇으로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는, 죽은 가족을 나만큼은 기억해야 했기 때문에.
어떤 고통은 사람을 죽을 수 없게 만든다. 견디게 만들고, 이윽고 더욱 강해지게 만든다. 고통에 침몰되는 감각이 선연하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고통으로써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은 고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으니. 잊을 수 없는 현실을, 환상통을 추억처럼 매단 채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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