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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로그 선물

세상을 나누는 것.

by @Zena__aneZ 2024. 8. 31.

처음, 이 세상의 시작에는 구분이 없었다. 하늘과 땅, 세상의 위와 아래, 천상과 지하는 나뉘어있지 않았다. 나뉘어있다 해도 그것의 사이에는 큰 장벽이 없었다. 머지않아 장벽이 없는 세상에서 괴이와 마수가 넘쳐나 세상을 뒤덮어가는 순간이 왔고, 그들은 대책이 필요했다. 멀지 않은 날, 신의 사자가 인간들의 앞에 섰다. 이 땅을 지키고자 한다면 무기를 들고 깊은 곳으로 괴이를 밀어 넣으세요. 그렇게 세상에서 악한 것이 전부 밀려난다면 깊은 곳을 온전히 봉인하고 지킬 것입니다.

모든 것은 인간과 신의 뜻대로. 신의 사자는 태양빛으로 끝단을 물들인 것만 같은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사라졌다. 신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었고, 악한 것에 대항했다. 때로는 무기의 끝이 같은 인간을 향할 때도 있었으나, 그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수많은 사람들은 변함없이 악한 것에 대항했고 꾸준히 선을 원했다.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혹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그 한가운데에는 신이 될 인간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장군이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과, 혹은 괴이와 치열하게 싸우며 지키는 모습이 마치 두려움을 모르는 자와 같았으니. 그리고 그 자의 옆에 있는 자는 신을 위한 춤을 추었다. 다만 어딘가 깊은 곳에는 친우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대의를 위하여, 신을 위하여, 사람을 위하여 움직이는 마음은 모두 한데 엮여 강렬한 흐름을 만들었다. 신이 될 자의 숨이 다한다.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는 눈을 감았다. 그리하여 흐름으로 엮인 자의 숨도 다하고 말았다. 죽음은 새로운 생이 되었고, 머지않아 천상의 문이 열렸다.

 

"새로운 신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신의 사자는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한때는 인간으로서 신의 사자를 맞이했을 그들이었으나 이제는 신이 되어 신의 사자를 본다는 것이 영 어색하기만 했다. 천상의 길을 안내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인간 중 특별한 이가 신이 됩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신의 선택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흑빛을 머금은 사람이 말을 건넨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내 친우는 어떤 경우인지. 신의 사자는 깊고 깊은 푸른빛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대답한다. 한 분은 필연이었고, 한 분은 필연의 흐름이었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운명의 신은 잔혹하기도 하여 사람들의 생을 엮어낸다. 신이 된 자들, 흑룡과 백룡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신의 사자를 따라간다. 인도받은 자들은 신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세상을 유지하고, 지켜냈다. 다만 그 끝에는 필연적인 이별이 있었다. 모든 괴이를 밀어 넣은 깊은 곳, 명계를 감시할 자가 필요했다.

 

"내가 가겠다."

 

먼저 나선 자는 흑룡이었다. 긴 시간을 괴이와 싸운, 그것보다 더 긴 시간을 세상을 지키려 한 자는 망설임 없이 명계의 깊은 곳으로 뛰어들었다. 깊은 곳으로 향하는 감각은 익숙했다. 그것은 인간이었을 적 느꼈던 죽음과 비슷하기도 했고, 가벼운 느낌이기도 했으며, 잊고 지내던 두려움과 궤를 같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영원한 추락은 아닐 테니, 두려워할 것 없다. 이윽고 명계에 발을 딛게 된 흑룡은 먼저 와있던 신의 사자와 만났다. 언제나 먼저 오는군. 그게 제 일이니까요. 빛은 다 거두어 두었습니다. 그래. 백룡에게는 소식을 전해주게. 부탁하지. 신의 사자는 고개를 숙여보이곤 다시 천상으로 향했다. 찰나의 이별 앞에 서있던 백룡에게 남김없이 말을 전했다.

 

세상이 나뉘었다. 인간에 의해, 혹은 신에 의해. 그것은 모두 같은 뜻을 가졌다. 세상을 지킨 자의 기원은 언제나 인간이었으니. 그리하여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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