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아이라고 불리던 이, 이제는 비셰라고 불리게 된 아이는 굳게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강렬하게 내리쬐던 빛이 없으니 눈을 뜨기가 한결 편안했다. 비셰는 작은 손을 뻗는다. 흉터와 상처로 뒤덮여있던 손이 거의 다 나았지만 어떤 상처는 계속 낫지 않았다. 자그마한 움직임에 비셰를 품에 안고 있던 거대한 것, 재앙신이라 불리는 현자가 말을 건넨다. 잘 잤니? 다정하고 온화한 목소리에 비셰는 곱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잘 잤어요. 키넬 님은요? 그는 곧 큰 손을 뻗어 작은 아이의 머리를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잘 잤다고 화답하며 작은 이를 내려다본다. 섬뜩하게 갈라진 눈 안에는 온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람과는 다른 존재였으나 오히려 다르기에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사람에 의해 상처받은 아이는 더 이상 사람을 온전히 믿고 따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큰 눈알을 굴린다. 오랜 시간을 재앙신으로 불리고 현자로 여겨진 존재는 작은 생명이 애틋했다. 별의 아이들은 둘 중 하나였다. 상처투성이로 버려지거나, 고귀한 자로 키워지거나. 죽음과 재앙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밤의 극광을 닮은 빛나는 존재를 어찌 그저 내버려 두기만 할 수 있을까. 아가야, 아프면 꼭 말해주어. 손끝이 아이의 얼굴에 조심히 닿는다. 검은 연기와 같은 것이 배회하다가 얼굴에 스며들어 통증을 사라지게 했다.
"비셰, 아가야. 외롭지 않니?"
"외롭지, 않아요. 키넬 님이, 언제나... 옆에 있어주시니까."
아이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간다. 어슴푸레 쏟아지는 달빛에 분홍빛 눈이 곱게 반짝인다. 그는 그런 아이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상처받은 아이를 외면할 자가 되지 못한 탓이다. 그는 작고 무른 인간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꺼이 지식을 내어주고 보듬어주었다. 작고 무른, 아둔한 생명은 기어이 그를 인간들의 세상에서 쫓아내고 말았으나 그럼에도 싫어하지 않았다. 이윽고 인간들이 저버리고 만 생명을 품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오래 살아온 현인賢人이나 성인聖人과도 같았다.
아가야, 다른 곳을 보고 싶지는 않니? ... 다른, 곳이요? 어디요?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지. 아이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다른 곳에, 같이 가주시나요? 짧은 침묵의 끝자락에 야트막한 웃음소리가 흐른다. 너를 혼자 보낼 리 없지 않으냐고. 네가 원할 때까지,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의 몸은 따뜻한 편이 아니었으나 아이의 몸은 더욱 차가웠기에 괜찮았다. 온기가 남지 않은 작은 몸을 조심히 감싸 안았다. 하늘에 박힌 별들이 선명하게 빛난다. 오랜 옛이야기가 흐르고, 아이는 덧없는 평화 속에서 다시 잠에 빠져든다. 절망과 죽음이 멈추지 않는 비처럼 내리는 이곳이 평화를 가져다준다니, 모순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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