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체 제작 및 수리가 가능한 기술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을 꼽아보라고 하면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의체는 소모품이다'.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의체가 나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끊임없이 조정하고 고쳐야만 했다. 기술자마다 숙련도와 스타일이 달라서 기술자를 바꾸면 쉽게 망가지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의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자신이 사용하는 의체는 언제까지나 괜찮을 거라고 믿는 기묘한 확신이 있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는 일반적인 현대인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큰 고장을 겪고 나서야 찾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다만 이번 경우는 많이 달랐다. 무엇이 어떻게 다르냐 묻는다면, 이번에 수리해야 할 의체는 설계 과정부터 엉망인 것처럼 보였다. 남부에서 자주 쓰는 방식... 이 정도로 수준 미달이었나? 황당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으나 가볍게 무시하곤 의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 평소에 참을 수 없을 수준의 통증이 있지는 않았나요? ]
"통증이 꽤 심했어. 진통제 없이는 안될 수준으로."
[ 아마도 그럴 거예요. 처음부터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이거든요. ]
철판을 이어 붙여서 그럴싸하게 모양을 낸다고 다 의체가 아닌데 말이에요. 평소의 소피엔이 하는 말을 생각한다면 이것보다 심한 말은 없을 수준이었다. 이린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소피엔이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푸른 네온빛의 눈이 기묘하게 반짝이고, 이린은 그런 소피엔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진지하게 한 말이었는데. 그 말까지 굳이 출력하지는 않고 의체를 들여다보았다. 일단 크게 망가진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한다.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만드는 것도 어려워 보일 수준이었다. 차라리 새로운 의체를 만들어 붙이는 것이 나을듯해 보였다.
[ 이 정도면 의체를 바꾸는 게 낫겠어요. ]
"그 정도로?"
[ 더 쓰다가는 그대로 분해될지도 몰라요. ]
그건 곤란한데. 이린은 잠시 침음을 흘리다 느릿하게 말을 잇는다. 의체 제작은 어느 정도 걸리냐는 질문에 짧으면 3주, 길면 4주 정도 걸린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생각보다 좀 더 걸리네. 지금 쓰는 거 만들 때는 더 짧았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의체와 비교하다니, 기술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데요. 묘하게 강한 악센트가 들어간 음성이 흘러나온다. 조금 신경질이 났나- 싶다가도 새삼스럽게 남부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이 더딘지 깨닫는다. 일단 예비용 의체를 드릴게요. 예비 의체를 바로 써도 괜찮아? 무엇을 쓰든 지금 그 의체보다는 나을 거예요. 그렇게 박한 평가를 내놓을 줄은 몰랐는데. 다른 기술자였다면 욕을 했을지도 몰라요.
"그래, 그럼. 다른 의체로 바꿔 줘."
[ 그럼 기존의 의체는... 저, 이거 분해해 봐도 되나요? ]
"남부 정부 소유물이긴 한데- 뭐, 분해해보고 나서 다 부수고 폐기하면 상관없겠지."
[ 다 뜯어보고 확실히 폐기처분할게요. ]
묘하게 어투가 강하다는 반 농담 식의 말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에 또 짧은 웃음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