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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 환희의 인간
자캐 로그

신의 모습.

by @Zena__aneZ 2024. 7. 30.

잘 보아라. 탐욕의 화신께서는 오직 한 번만 보이시고 말씀하시며, 나는 오직 한 번의 기회를 허락받아 이것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신을 마주한 이기적이고 쓰레기 같은 정신체에게 유일무이한 자비를 내려주신 신을 찬미하도록 하라. 탐욕의 화신에게 찬사를!

모든 것에 앞서, 신께서는 자비로우시다. 그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비이다. 아주 잠깐 보기만 해도 눈이 녹아내리고 귀가 멀고 뇌가 쪼개져버리는 그 끔찍하고 교묘하며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모습이란 신밖에 가질 수 없는 것이렸다. 신의 모습을 묘사하려고 하는 이 순간에도 손발이 떨려오지만 신께서 허락해 주신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참된 신자가 아닐지니.

신께서는 무성한 신경 다발로 얽혀 있었다. 그것은 손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였고, 다리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였다. 얼굴이라고 여겨지는 검고 둥근 것 위에는 검은 눈이 있었고, 세로로 길게 찢어진 홍채와 가로로 늘어진 동공은 섬뜩하게도 반짝였다. 그 모든 신경 다발이 기어 온다. 네발짐승의 팔다리처럼 뻗어 나오고 얽힌 신경다발이 바닥을 메운다. 개미의 주둥이처럼, 포식자의 이빨처럼 뻗어 나온 입에서는 달콤하고 부드럽고 역겨운 신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 모든 것은 살아있고, 죽어있고, 다시 살아있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신이자 생자인 것,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교회 첨탑의 십자가보다 높고 길게 뻗은 날개와 함께 살갗이 녹아내리는 것, 검게 타들어가는 것, 날개 사이에서 찢어발겨지고 터져 나와 거뭇하게 퍼지는 것. 연기, 종양, 구더기, 슬픔 따위가 흩날린다. 너무나도 역겹고, 혼란스럽고, 구역질이 나온다. 그것과 동시에 지독하게도 고혹적이고 청렴결백하다. 신의 모습이란 감히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나 이외의 다른 자가 본다면 다른 감상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려고 하지 말라. 궁금해하지 말라. 지금 내가 이것을 써 내려가는 것은 오로지 신의 자비 아래 쓰이는 기록이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신께서는 자비로우시다.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숨기셨다. 미쳐서 죽어버릴 운명을 가진 신의 종을 구원해 주시고, 그 신경다발로 직접 거두어들이셨다. 그 숨긴 것을 기어이 들여다본 자를 용서해 주시고 이것을 쓰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계속해서 피가 흐른다. 눈이 녹고, 귀가 멀고, 머리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살갗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지건만 진정 고통스러운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 이 모습을 눈에 담는 자, 죽음을 피하지 못하리라.
탐욕의 화신이시여, 감히 당신의 모습을 훔쳐본 신자를 용서하시고... 감히 인간의 탐구욕을 채워주시려 모습을 드러내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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