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안했다. 무엇에 대한 불안인가, 그리 물어본다면 대답할 길이 없었다. 그것은 그가 아주 오랫동안 간직한 마음인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언젠가의 두려움 같기도 했다. 그의 시선이 어딘가에 머물렀다. 차갑고 서늘한 곳에서 피어오른 온기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일렁인다. 마음이라는 것이 일렁거리고 울렁거린다. 금색 시선의 끝자락에 녹음 가득한 시선이 맞물린다. 눈을 마주친 이는 밝게 웃었다. □□, 무슨 생각하고 있어? 친우의 목소리. 언젠가 떠나가버릴 것만 같은 자의 목소리였다. 마치 무언가를 길게, 아주 길게 준비한 것만 같은...
"..."
"오늘따라 반응이 이상하네.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야."
"그렇다면? 혹시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어? 넌 언제나 걱정이 많았잖아."
언제나 그랬나? 잠시 생각을 이어가다 고개를 슬 흔들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그의 친우는 그가 말할 때까지 참을성 좋게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이름 모를 불안감에 대해 언급하기 꺼려졌다. 사실 그 불안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다. 표정을 한 번 찡그리다가 펴곤, 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이제 곧 고대마물을 토벌하잖아. 그것에 대해서... 그는 그가 생각하고 있던 계획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정확히는 은근한 어투로 말한 적은 있었으나 그것을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떠날 생각이었다. 모든 것을 두고. 그것은 버리고 가는 것과 궤를 같이 했다. 그래서 망설였다. 끝의 끝까지 망설였다. 한참을 망설이며 서있을 때, 어떤 기묘한 흐름이 읽힌다. 이번 토벌에서 그의 친우가 죽을 것만 같았다. 죽는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 떠난다고 하는 말이 더 올바른 말이었을까? 그의 친우는 그의 걱정을 꿰뚫어 보곤 손을 쭉 뻗어 그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어버린다. 그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그의 친우는 해맑은, 어쩌면 약간의 장난기가 섞인 웃음소리를 흘린다.
"나는 안 떠나, □□. 나 갈 데도 없어."
"... 그래, 가지 마. 약속이야."
"약속할게!"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에 대답한 목소리는 퍽 진지했다. 그 말을 들은 자는 해사하게 웃으며 약속했다. 그 말에는 살아온 곳에 대한 혐오와 애정이 녹아들어 있었다. 어쩌면 그 약속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을 못 알아보기에는 둘은 친우로 지낸 시간이 길었다. □□, 난 변함없이 네 친구야. 너를 응원할 거고. 그러니까 걱정 마. 전부 괜찮을 거야. 거짓말과 진실이 섞인 말이었다. 대부분은 진실이었으나 전부 괜찮을 것이라는 말만은 거짓이었다. 어째서 가장 믿고 싶었던 말이 거짓인가, 친우에게 던지지 못한 말은 화살처럼 돌아온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질문에는 또 대답할 길이 없었다.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더 이상 사람의 육신을 가지지 못한 자는 무덤 앞에서 표정 없이, 언어 없이, 여전한 침묵을 지키며 서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처럼 말이라도 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이 기계뿐인 목소리를 반길지 알 수 없어서 침묵을 굳건하게 지킨다. 묘비에 새겨진 이름만큼은 영원히 잊을 길이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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