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하필 머리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적갈색의 긴 머리칼이 마구잡이로 흔들린다. 귀찮네. 혀를 한 번 차곤 손에 들고 있던 큰 톱을 어깨에 걸쳤다. 불만 녹아든 표정이 매서웠다.
"마수 처리가 덜 됐으면 회수자가 아니라 용병을 불렀어야지."
"서부 마물에 대해선 엔간한 용병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워낙 급하기도 했고. 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넉살 좋게 말을 늘어놓는 용병을 가만히 노려보다 한숨을 쉬곤 대충 걸치고 있던 톱을 고쳐 잡는다. 마리당 추가금 붙는다. 당연히 드려야죠! 성격 좋긴. 그리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곤 톱을 휘둘렀다. 특별한 기교가 있는 것도 뭣도 아니었으나 모든 행동은 강렬하고 빨랐으며 정확했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정확히 약점을 파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를 실력 좋은 용병이라고 생각할 터였다. 머리카락에 마물의 체액이 묻어 목덜미에 들러붙는다. 귀찮다는 듯 머리칼을 대충 치우다 다른 용병이 건넨 끈 하나로 머리를 대충 올려 묶고는 톱에 묻은 것을 툭툭 털어낸다. 안경에 묻은 건... 나중에 닦아야겠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빨리 끝났어요."
"추가금 받고 하는 건데 감사인사까지 할 필요는 없지. 흠. 그래서, 마물은 그냥 팔 거야? 아니면 해체해서 재료 받아갈 거야?
"이 마물에게서 마석이 나올까요?"
"해체해 봐야 알지. 그런데 이런 벌레형 마물은 다른 게 더 비싸기도 해. 단단해서 이곳저곳 쓰기 좋거든."
뭐... 그냥 통째로 처분해 줄까. 그럼 그렇게 해주실래요? 비싼 마석이 나오면 따로 연락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마물을 자루에 담곤 개인 장치를 이용해 작업실로 마물을 이동시킨다. 통신기기는 조용하다. 특별히 부르는 것도 없고. 그는 용병에게 한 번 손을 흔들어 보이곤 작업실로 돌아간다. 하늘이 어둡다. 마치 어떠한 재난이라도 일어난 것만 같은 풍경이다. 그에게 있어 그런 고향의 풍경은 늘 알 수 없는 것을 불러온다. 마물은 많고 사람은 적다. 이 척박한 땅에는 자원도 거의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마물을 잡아 죽이고 그것을 자원으로 삼아 살아남는 것이다. 다른 것을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니, 징그럽기 짝이 없고... 하지만 그것 역시 살아남는 방법이니 비난할 수도 없겠지. 그는 잠시 한숨을 쉰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죽여야 한다는 아이러니에서는 늘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났다. 그럼에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반드시 피와 살이 필요했으니... 한때 그는 자신의 직업이 싫었으나 지금은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마물 회수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는 큰 후회는 없었다. 생명이 훌훌 떠난 육신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함부로 소비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누가 들으면 괴짜라고 할법한 말이지만, 뭐 어떤가.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움직이니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때 개인 기기에 알람이 하나 뜬다. 지금 와줄 수 있냐고. 제법 큰 마물이 있는데 건질 것이 많아 보인다고. 그걸 가만히 읽다가 알겠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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