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내부는 조명 몇 개만 놓여있어 제법 어두웠다. 카페라기보다는 바에 가까운 형태. 그 안에 있던 자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곤 웃음을 머금는다. 이곳을 찾는 자는 딱 두 가지였다. 정보를 원하거나, 독을 원하거나. 한쪽은 진주알처럼 희고, 다른 한쪽은 물빛처럼 푸른 두 쌍의 눈이 조명에 반짝였다. 뭘 찾으러 오셨나요?
"... 정보. 비싼 정보가 필요해."
정보라. 테이블에 가볍게 몸을 기대며 웃었다. 돈이 없어 보이진 않지만 선금은 받을 거라는 말에 특별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침묵은 긍정의 의미라고 하던데, 나쁘지 않네요. 내 입장에서도 입 무거운 사람이 좋아서. 유리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달콤한 향이 풍기는 음료를 따른다. 미성년자처럼 보여서. 음료도 나쁘지 않죠?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굴렸다. 귀한 집 자제가 이런 곳을 찾는 건 흔한 일이었다. 호기심이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금세 말끔하게 웃었지만. 몇몇 대화를 나눈다. 집안에 일이 있었고, 자리를 지켜야 했다고.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위협하는 사람을 처리하지 않는 건 친절함일까, 마지막 인간성일까... 유리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내용물을 삼켰다. 미끌거리는 달큼한 음료는 지나치게 달았다. 컵을 소리 나게끔 내려두곤 편지봉투 하나를 건넨다.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의 연락처예요. 내일 아침쯤에 그쪽으로 편지해 봐요, 분명 많은 부분이 나아질 테니까.
델피니아는 잠시 꿈을 꾼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떠밀려오던 불안감이 마취한 듯 누그러졌다. 집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믿을 수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정보상에서 이런 수확을 얻게 될 거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타인을 짓누르는 게 익숙해져 간다. 서서히 무감각해지고,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가 있는 것만 같기도 했다. 델피니아가 유일하게 안정을 느끼던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의심과 절박함을 지닌 채로 찾아가던 정보상이었다. 처음과 달리 술을 내어주던 네이시는 델피니아의 표정을 보곤 웃어버린다. 처음에 봤던 그대로.
"아델, 왜 그렇게 울상이야?"
"... 그냥.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서."
"무감각해진다는 건, 무조건 나쁜 게 아니야. 슬프지 않다는 뜻이니까."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곤 담배 연기를 뱉는다. 열어둔 창문 밖으로 매캐한 연기가 빠져나간다. 델피니아는 그런 네이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또 오지. 내가 먼저 만나러 갈까? 자기야. 델피니아는 그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어차피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것에 지나치게 무감각한 만큼 네이시도 그럴 것이라 여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빈말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델피니아가 머물고 있던 집이 불탄다. 그리고 델피니아는 불타는 집에 있다. 누군가를 짓누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던 것이 원한이라도 되었나 보네. 이 순간에도 딱 그 정도의 감상밖에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긋지긋했을지도 몰랐다. 불타는 소리가 지나치게 시끄럽다. 문득 창문이 열린다. 찬 바람이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먼저 만나러 왔어, 자기야."
"...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어?"
"오늘 일을 벌일지는 몰랐지만."
그 자식들, 생각한 것보다 더한 멍청이더라. 오늘 일이 들키면 꼼짝없이 사형인데. 델피니아는 입을 닫고 있었다. 모든 것이 피로했다. 그저 이 모든 게 지나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눈길만은 올곧게 네이시를 향했다. 그게 야트막한 애정인지 뭔지... 네이시가 손을 뻗는다. 내 손을 잡고 일어나. 내 안식처를 나누어 줄게. 평생 쉴 곳을 찾던 이는 그 말에 손을 뻗었다. 너무나도 피로했지만 거절하기에는 매혹적이었기에. 불길 위의 달이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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